서울 아파트

올림픽 성금까지 내고 분양받은 잠실 아시아선수촌아파트의 비밀

아파트몬 2026. 9. 23. 09:47

잠실 아시아선수촌아파트는 처음부터 평범한 주택으로 지어진 단지가 아니다. 1986 서울아시안게임에 참가한 선수들이 먼저 머문 뒤 일반 주택으로 전환됐고, 국내 최초의 아파트 국제설계경기를 거쳐 탄생했다. 분양 당시에는 아파트값과 별도로 올림픽 성금까지 내야 했다. 오늘날 잠실을 대표하는 부촌 가운데 하나가 된 배경에는 국제대회와 주택 실험, 거액의 분양 경쟁이 함께 놓여 있다.

 

 

27개국 선수들이 먼저 산 1,356가구

잠실종합운동장 인근에 자리한 아시아선수촌아파트 전경

 

1986 서울아시안게임에는 27개국에서 약 4,800명의 선수가 참가했다. 이들을 수용하기 위해 서울시는 잠실종합운동장 남쪽에 18개 동, 1,356가구 규모의 선수촌을 조성했다. 건물 높이를 9층·12층·15층·18층으로 달리해 한강 쪽으로 열린 스카이라인을 만들었다.

 

선수촌이라는 이름은 당시의 실제 용도에서 왔다. 대회 기간에는 각국 선수단 숙소로 사용하고 폐막 뒤에는 분양받은 시민이 입주하는 방식이었다. 국제행사 시설과 민간 주택을 한 사업 안에서 해결한 셈이다. 단지 이름에 남은 ‘아시아’는 막연한 고급 브랜드가 아니라 서울아시안게임의 흔적이다.

 

33개 설계안이 겨룬 국내 첫 국제설계경기

준공 초기 아시아선수촌아파트의 마당형 배치가 보이는 기록 사진

 

 

1983년 열린 설계경기에는 국내외 33개 팀이 참여했고 조성룡·문정일 건축가의 안이 당선됐다. 건축도시연구정보센터는 이를 우리나라 아파트 단지를 대상으로 시행된 최초의 국제설계경기로 소개한다. 당선안은 판상형 건물을 일렬로 세우는 대신 여러 동을 ㄷ자 형태로 묶어 가운데 공동 마당을 만들었다.

 

네 가구가 한 층의 중심 공간을 공유하도록 한 구성과 층수의 변화도 특징이다. 단지 전체를 하나의 거대한 주거 기계로 보지 않고, 작은 이웃 단위가 여러 개 모인 동네로 만들려 했다. 넓은 동간 거리와 낮은 건폐율 덕분에 시간이 흐른 뒤에는 오래된 나무와 넓은 빈 공간 자체가 단지의 자산이 됐다.

 

 

57평형은 집값과 성금을 합쳐 1억 원을 넘었다

아시아선수촌아파트의 여러 동이 공동 마당을 감싸는 배치를 위에서 본 모습

 

1984년 일반 분양은 ‘올림픽 기부금 입찰제’로 진행됐다. 보도에 인용된 당시 자료에 따르면 57평형 분양가는 7,638만 원이었고, 여기에 최저 2,600만 원의 올림픽 성금을 제시해야 했다. 최소 금액만 더해도 부담액이 1억 원을 넘었다. 일부 대형 평형에는 1억 원 안팎의 성금을 써낸 신청자도 있었다.

 

높은 진입비용은 전문직과 고소득층이 모이는 계기가 됐다. 훗날 공직자 재산 공개와 언론 보도에서는 홍준표 전 대구시장, 장하성 전 청와대 정책실장, 소병철 전 의원 등의 과거 소유 사실이 확인됐다. 이는 공개 당시의 재산 기록일 뿐 현재 거주 여부를 뜻하지 않는다.

 

 

자동차는 지하로, 사람은 마당으로

단지는 차량 동선과 보행 동선을 분리하고 주차장을 지하에 넣었다. 한국아파트신문은 주민 전용 지하주차장을 본격적으로 도입한 초기 대표 사례로 평가한다. 1층 일부를 비운 필로티는 마당과 마당을 연결했고, 주민은 차량과 부딪히지 않고 단지를 걸을 수 있었다.

 

설계자 조성룡은 2018년 인터뷰에서 자신도 이곳에서 33년째 살고 있다고 밝혔다. 설계자가 완공 뒤 수십 년 동안 직접 거주했다는 사실은 흥미롭다. 그는 단지의 핵심을 건물 한 채보다 건물 사이의 마당과 길에서 찾았다. 오래된 아파트인데도 건축 답사 대상이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용적률 152%가 남긴 넓은 땅

필로티 아래에서 공동 마당으로 이어지는 아시아선수촌아파트의 보행 공간

 

아시아선수촌아파트의 용적률은 약 152%다. 강남권 대단지 가운데 비교적 낮은 수치이고, 18개 동 사이에는 넓은 조경과 보행 공간이 남았다. 잠실종합운동장과 가까우면서도 단지 안에서는 건물이 빽빽하게 맞서는 느낌이 덜하다.

 

이 낮은 밀도는 재건축 논의에서도 중요한 조건이 됐다. 기존 1,356가구가 차지한 넓은 대지는 사업성과 공공기여, 도시 경관을 함께 논의할 여지를 만든다. 반대로 국제설계경기로 완성된 마당과 보행 구조를 새 계획에서 어떻게 해석할지도 과제가 된다.

 

 


평면도로 보는 51평형 주거 구조

공급 168.84 ㎡ (51.07 평형 )· 전용 134.48 ㎡ B 형 평면도

 

51평형 B형은 현관을 지나 거실과 식당·주방이 이어지고, 방 4개가 공용 공간의 양쪽에 나뉘어 배치된다. 거실과 여러 침실 앞에 발코니가 길게 놓였으며 주방 가까이에도 보조 공간이 붙는다. 가족이 함께 쓰는 거실과 식당을 중심에 두면서 침실 영역을 분산한 대형 평면이다.

 

 

 

64평형 KB 일반거래가 65억 원, 정비계획 제안서 제출

 

KB부동산이 2026년 9월 제공한 면적별 매매 일반거래가는 다음과 같다.

 

공급면적 타입 KB 매매 일반거래가
124.77㎡(37.74평) A 42억 원
168.84㎡(51.07평) B 51억 원
185.58㎡(56.13평) C 56억2,500만 원
213.36㎡(64.54평) D 65억 원

(KB부동산 참고)

 

정비사업도 구체적인 행정 절차에 들어갔다. 서울시는 2024년 아시아선수촌아파트 일대 지구단위계획을 결정했고, 주민 측은 2026년 4월 재건축 정비계획 입안 제안서를 송파구에 제출했다. 제안서 제출은 정비구역 지정이나 사업시행인가가 아니다. 1980년대 국제설계경기의 결과물이 향후 어떤 주거 단지로 이어질지는 이후 도시계획 절차에서 결정된다.

 

 

출처

국가기록원, 「서울 아시아경기대회」, https://theme.archives.go.kr/next/internationalSport/seoulAsianGame.do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서울아시아경기대회」, https://encykorea.aks.ac.kr/Article/E0028033

건축도시연구정보센터 AURUM, 「아시아선수촌아파트」, https://www.aurum.re.kr/Bits/BuildingDoc.aspx?num=330&page=1&tb=S

매일경제, 「아파트, 이젠 문화를 입혀라」, https://www.mk.co.kr/news/columnists/4617018

경향신문, 「건축가 조성룡 인터뷰」, https://www.khan.co.kr/article/201806111814001

한국아파트신문, 「아파트 주차장의 변천」, https://www.hapt.co.kr/news/articleView.html?idxno=33511

뉴스1, 「아시아선수촌 올림픽 성금 입찰 관련 보도」, https://www.news1.kr/politics/assembly/1744839

이데일리, 「아시아선수촌 재건축 정비계획 제안 보도」, https://www.edaily.co.kr/News/Read?newsId=04241046645510912

KB부동산, 「아시아선수촌 단지·시세·평면 정보」, https://kbland.kr/se/c/199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