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

한국 최초의 단지형 아파트, 마포아파트가 부자 동네가 된 이유

아파트몬 2026. 9. 15. 08:51

1962년 서울 마포에 전에 없던 주거지가 등장했다. 여러 동의 아파트와 도로, 녹지, 놀이터를 하나의 생활권으로 묶은 마포아파트였다. 오늘날에는 익숙한 모습이지만 당시 사람들에게 6층짜리 공동주택은 마당도 장독대도 없는 낯선 집이었다. 첫 모집에서는 450가구 가운데 신청자가 189명에 그쳤다. 그런데 몇 년 뒤 이곳은 교수와 변호사, 연예인, 기업인이 모여 사는 선망의 주거지로 바뀌었다.

 

1963년 촬영한 마포아파트 항공사진, 국가기록원

 

한국 최초의 아파트가 아니라 최초의 ‘단지’였다

 

마포아파트를 한국 최초의 아파트라고 부르면 정확하지 않다. 그보다 앞서 행촌아파트와 종암아파트 같은 공동주택이 존재했다. 마포아파트의 최초성은 여러 주거동과 공용공간을 계획적으로 배치한 국내 최초의 단지형 아파트라는 데 있다.

 

1962년 먼저 완공된 1차 단지는 Y자형 6개 동 450가구였고, 1964년 일자형 4개 동 192가구가 더해져 총 10개 동 642가구가 됐다. 집의 크기는 9평·12평·15평형이 중심이었다. 건물 사이에는 녹지와 놀이터, 분수가 들어섰다. 각 세대에는 거실과 발코니, 수세식 화장실을 두었다. 집 한 채만 짓는 것이 아니라 주민의 일상 전체를 설계한 새로운 주거 모델이었다.

 

 

 

 

10층 1,158가구의 꿈이 6층으로 낮아진 이유

처음 계획은 완성된 모습보다 훨씬 대담했다. 대한주택공사는 10층 11개 동, 1,158가구에 엘리베이터와 중앙난방을 갖춘 단지를 구상했다. 그러나 1960년대 초 한국은 전력과 상수도, 석유 공급이 넉넉하지 않았다. 엘리베이터와 기름을 쓰는 중앙난방이 형편에 맞지 않는 사치라는 비판도 나왔다.

 

결국 건물은 엘리베이터 없는 6층으로 낮아졌고, 가구 수는 642가구로 줄었다. 난방도 원안과 달라졌다. 마포아파트는 국가가 꿈꾼 고층 도시의 청사진인 동시에, 당시 경제와 기반시설의 한계를 그대로 드러낸 건축물이었다.

 

1962년 12월 1일 열린 마포아파트 1차 준공식, 국가기록원

 

15평이 84만5천 원, 그런데 261가구가 남았다

마포아파트 15평형의 분양가는 건설원가인 84만5천 원으로 책정됐다. 2026년 땅집고가 당시 언론 자료를 바탕으로 정리한 수치다. 같은 기사에 제시된 1963년 대통령 월급 1만4,500원과 단순 비교하면 월급을 한 푼도 쓰지 않고 약 58개월을 모아야 하는 금액이다. 정부 융자가 있었지만 공동주택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에게는 부담이 컸다.

 

1차 450가구 모집에 신청한 사람은 189명이었다. 261가구가 남은 셈이다. 단독주택이 서울 전체 주택의 95.3%를 차지하던 시절이었다. 사람들은 계단으로 오르는 고층 생활, 김장독을 묻을 마당이 없는 집, 공동으로 벽과 시설을 쓰는 생활을 불편하게 여겼다. 새로운 설비보다 단독주택의 익숙함을 더 높게 평가한 것이다.

 

 

기니피그 6마리 다음에는 사람이 직접 잤다

 

입주를 가로막은 또 다른 공포는 연탄가스였다. 당시에는 가구별 연탄보일러가 생소해 가스가 샐 수 있다는 소문이 퍼졌다. 대한주택공사 30년사를 인용한 조선비즈 보도에 따르면 공사 측은 사람의 신체 기능과 비슷하다고 본 기니피그 6마리를 여러 방에 넣어 안전 시험을 했다. 가스 중독은 일어나지 않았지만 주민들은 동물과 사람은 다르다고 반발했다.

 

결국 주택공사 건축부장이 가스가 가장 많이 샌다고 지목된 방에서 직접 하룻밤을 보냈다. 직원들은 밤새 그의 상태를 확인했고 다음 날 아무 이상이 없었다. 오늘날 기준으로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방식이지만 새 기술을 믿지 못하던 당시 분위기와 입주자를 설득해야 했던 주택공사의 절박함을 함께 보여주는 사건이다.

 

 

 

교수·변호사·연예인이 모여든 현대생활의 상징

 

평가는 실제 생활을 통해 뒤집혔다. 거실과 발코니가 분리된 입식 평면, 집 안의 수세식 화장실, 아이들이 뛰어놀 녹지와 놀이터는 단독주택에서 누리기 어려운 편리함을 제공했다. 단지 안에서 주거와 여가를 함께 해결하는 방식도 점차 호응을 얻었다.

 

생활은 늘 매끄럽지만은 않았다. 1963년 겨울에는 수도관이 얼어 주민들이 다른 곳에서 물을 구해 쓰기도 했다. 반면 층마다 쓰레기를 바로 버릴 수 있는 더스트 슈트와 단지 중앙의 분수·놀이터는 공동주택에서만 가능한 편의로 받아들여졌다. 마포아파트는 미래형 설비를 전시한 공간이 아니라, 도시 주민이 새로운 생활방식을 시행착오 속에서 익혀 간 현장이었다.

 

1991년 매일경제가 초기 입주자를 회고한 기사에는 교수, 변호사, 연예인, 사업가, 고위 관료, 군 장성, 외국인 선교사 등이 등장한다. 조선비즈가 대한주택공사 기록과 당시 자료를 바탕으로 정리한 기사에는 영화감독 유현목과 성악가 김자경도 거주자로 소개됐다. 

 

마포아파트는 스크린에서도 부자의 집이 됐다. 영화 `제트부인`(1967)과 `여자가 고백할 때`(1969)가 이곳을 배경으로 삼았다. 말끔한 외관과 서구식 거실은 등장인물의 현대적이고 여유로운 생활을 보여주는 장치였다. 1967년에는 약 30만 원의 웃돈까지 붙었다. 처음에는 절반 넘게 신청자를 찾지 못했던 집이 불과 몇 년 만에 영화 속 성공과 실제 자산가치를 함께 상징하게 된 것이다.

 

1962년 마포아파트 준공식 참석자들이 완성된 단지를 둘러보는 장면, 국가기록원

 

최초의 단지는 최초의 재건축조합으로 이어졌다

마포아파트는 낡은 건물을 고쳐 보존하는 대신 재건축을 택했다. 소유주들은 1988년 12월 국내 최초의 아파트 재건축조합을 결성했고, 1991년부터 기존 단지를 철거했다. 옛 도화동 560번지에는 현재 마포삼성아파트가 들어서 있다.

 

마포아파트가 남긴 것은 오래된 사진 몇 장만이 아니다. 여러 동과 녹지, 생활시설을 묶은 단지 개념을 처음 보여줬고, 아파트를 중산층의 생활양식과 자산으로 받아들이는 변화도 앞당겼다. 재건축조합이라는 방식까지 처음 시도하면서 한국 아파트의 탄생과 노후 단지 정비의 출발점을 한 장소에 남겼다.

 

 

 

지금 같은 자리의 마포삼성은 얼마일까

옛 마포아파트는 철거됐으므로 현재 가격은 그 자리에 들어선 도화길 28의 마포삼성아파트를 기준으로 살펴봤다.

아래는 2026년 9월 KB시세다. 

공급면적㎡ 전용㎡ KB 일반 매매시세(억 원)
90.64 72.18 18
104.05 84.98 20.5
136.26 114.74 22.15
158.72 136.10 23.35
159.07 136.65 23.35

(kb부동산참고)

 

 

출처

- 국가기록원, 「우리나라 최초의 단지형 아파트, 마포아파트」

  https://theme.archives.go.kr/next/education2010/house03.do

- 국가기록원, 「주택: 아파트의 건축」 사진 기록 목록

  https://theme.archives.go.kr/next/photo/house03List.do?page=1

- 서울기록원, 「서울, 도시의 확장과 국민주택의 건설」

  https://archives.seoul.go.kr/contents/house-01

- 한국주택금융공사 주택금융연구원, 「Korea Mortgage Finance 70 Year」  

  https://researcher.hf.go.kr/cms/resFileDownload.do?fileName=Korea_Mortgage_Finance_70year.pdf&siteId=researcher&type=etc

- 서울역사박물관, 마포아파트와 한국 주거문화 관련 자료  

  https://museum.seoul.go.kr/www/board/NR_boardView.do?bbsCd=1026&seq=20220314170544933&sso=ok

- 대한경제, 「아파트 역사를 쓰다, 마포아파트」

  https://www.dnews.co.kr/uhtml/view.jsp?idxno=202312281128557750779

- 매일경제, 「마포아파트 현대식 1호-재건축도 1호」

  https://www.mk.co.kr/news/all/1120588

- 한국경제 집코노미, 「재건축된 마포아파트부터 마프자까지」

  https://landvalueup.hankyung.com/issuecheck-20240620-1300/

- 땅집고, 「63년간 1232배 폭등 마포 아파트」

  https://realty.chosun.com/m/article.amp.html?contid=2026061901837

- 조선비즈, 「한국아파트 60년: 마포아파트, 입주 직후 동물실험한 사연」

  https://v.daum.net/v/20220318110138077